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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 돌죽문학) 현대 사회가 된 돌죽의 세계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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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글쓰는유동 작성일19-07-08 09:51 조회4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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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 : 노광(28세, 남, 트로그의 미노타우로스)은 빛나는 자에게 개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만신전으로 향한다. 신도들이 몰리는 선신들의 제단과 각자의 신도들을 북돋느라 분주한 다른 제단들 사이로 노광은 트로그의 제단 앞에 무릎을 꿇는다. 우스꽝스러운 붉은 조각상 하나만이 덩그러니 올려진 트로그의 제단 앞에서, 트로그에 대한 동정과 비웃음이 섞인 웅성거림만이 감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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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트로그 님은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노광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찰나의 순간 트로그의 음성이 들리기를 기도하며, 아주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끝까지 트로그는 침묵하고 있었다. 얼굴없는 붉은 조각상만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있을 뿐이었다.

노광이 짧게 목례를 올리고 뒤돌아서려던 찰나, 그의 곁에서 갑작스레 광소가 터져나왔다. 좀의 제단 앞에서 몸을 비비 꼬고 있는 놀의 것이었다. 헤진 러닝셔츠와 군데군데 기운 멜빵바지 차림의 놀은 바닥을 구르며 미친듯이 낄낄거리고 있었다.

" 고슴도치! 고슴도치! 민둥머리 고슴도치! "

노광은 말없이 좀의 제단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 순간 일대의 웅성거림이 멎었다. 빛나는 자의 후광을 두른 경비원들이 노광을 향해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었고, 진의 제단 앞의 사복형사들은 당장에라도 중재의 성역(Sanctuary)을 펼치거나 필요하다면 구속(Imprison)할 태세를 갖추었다. 어색한 정적의 한가운데에서, 좀의 제단은 시시각각으로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놀과 미노타우로스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 찐따! 찐따! 트로그! 트로그! "

노광은 놀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놀은 골판지 상자를 찢어 엮은 망토 비슷한 거적떼기를 펄럭이며 바닥을 꾸르고 있었다. 낄낄거리는 놀의 광소가 만신전 안에 울려퍼졌다. 경비원 몇몇은 이미 구경꾼들 사이를 재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 우둔해! 멍청해! 바보같애! "

다시 놀을 향해 두세걸음 정도를 더 다가가자, 노광과 놀 사이엔 팔뚝 하나 정도의 거리만이 남았다. 경비원 하나는 진압봉을, 무검회의 자경단원 하나는 삼단봉을 꺼내들었다. 이윽고 노광은 바닥에서 뒹굴고 있는 놀의 발치에 우뚝 멈춰섰다.

그리고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미동도 하지 않고 그저 내려다보았다. 트로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노광도 할 말이 없었다.


상황이 일단락된 것은, 한참을 바닥에서 낄낄거리며 뒹굴던 놀이 갑작스레 벌떡 일어나 노광의 뺨을 후려갈기면서였다. 굉장히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놀은 삐쩍 마른 손으로 수 차례 노광의 뺨을 때리다가 경비원들에게 이끌려 쫓겨났다. 만신전 밖으로 쫓겨날 때까지(아마 대리석 병원으로 갔거나 했을거다)놀은 몹시 격앙된 목소리로 고래고래 아우성을 쳤다.

노광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놀이 끌려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분노는 커녕 허탈함만이 가득했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엘리빌론의 사제들은 노광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애써 자리를 피하며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좀의 제단을 관리하던 진의 사제 하나가 뒤늦게 달려와 노광에게 '협조를 구했다'. 좀의 신도들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으나, 가끔씩 이렇게 돌발상황이 발생한다며 이해를 부탁한다는 사제의 말에, 노광은 결국 트로그 님의 신도들도 최대한 억제당하고-가끔씩 돌발상황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고 중얼거릴 수 밖에 없었다.

간단한 진술서를 작성하고, 노광은 상당한 피로를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 해가 저물어가며 조금 썰렁한 바람이 그의 발걸음마다 스쳐 지나갔다. 오늘도 골목 언저리에서 권리를 위해 분투중인 언데드들과 데몬스폰들을 보면서, 노광은 자신의 처지가 좋다고 할지 나쁘다고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노광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다 때려부수는 일이었으니, 철거업이라는 특수한 경우를 빼면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보일 기회가 없었다. 노광은 자신이 그렇게 현대 사회에서 점차 배제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다음날, 병원에서 짐을 챙겨 완전히 퇴원한 상만은 축 늘어진 노광을 보았다. 상만은 자신의 짐을 대충 아무렇게나 적당히 내던져 두고, 노광을 데리고 나와 자주 가던 곱창집, '키르케(Kirke) 곱창마당'에 들어갔다. 자글자글한 곱창을 안주 삼아 술맛이라고 생각하며 씁쓸함을 연거푸 들이킨 노광은, 담담하게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상만은 말없이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선 곰곰히 생각하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많이 속상했겠어. "

" 말도 마. 빡칠 것도 없이 엄청 허탈했다니까. "

노광이 한 잔을 더 들이키며(상만의 잔보다 훨씬 크기가 큰 잔이었다)대답했다.

" 솔직히, 다른 신 믿는 놈 앞에서 놀이 그 지랄 떨면? 처음에 난동부릴때 바로 끌어내렸을거 아냐. "

" 그렇겠지. 엿같아. "

상만도 한 잔 더 마셨다. 노광은 곱창 한 점을 젓가락으로 콱 찍어누르며 말을 이었다.

" 대체 날 뭘로 보는건지 모르겠더라. 빡칠만한 상황에서 화내는 거 하나하나마다 남들 눈치를 봐야된다는 말이 되냐고. 시발, 내가 거기서 욱하기라도 했어봐. 뉴스에 이런 식으로 나오겠지. "

" 만신전에서 분노 범죄...또 트로그 신도. 이런 식으로? "

" 그렇겠지. 염병할, 저거 봐. "

노광이 상만의 뒤편에 걸려있는 텔레비전을 가리켰다. 오래되어 살짝 흐릿해진 텔레비전에선 뉴스 특보로 반사회성에 대한 전문가와의 대담이 진행중이었다.

" ...그리고 베오고 극단주의자들 못지않게 트로그 신도들 역시 특별한 예방조치를 통해 폭력 사태를 막아야 합니다... "

심각한 표정의 딥엘프 교수는 이런저런 사례들을 거론하며, 트로그 신도들의 성향이 필연적으로 폭력과 반지성, 반문명주의로 귀결된다는 결론을 내리는 중이었다. 인간 아나운서는 굳은 표정으로 교수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지만, 트로그 신도의 입장을 대변하는 패널이 등장하는 일은 없었다.

" 시발. 마법 못쓰면 다 반지성주의냐? 다 야만인이냐고? "

" 그것도 그렇고, 베오그놈들이랑 비교하는 건 좀 너무했어. 아, 베오그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

상만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을 꺼냈다.

" 병원에서 얘기 들어보니까, 요즘 베오그놈들 때문에 다쳐서 실려오는 사람 많다더라. 요 며칠 들어서는 훨씬 더해. "

" 베오그놈들이야 늘상 린치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갔잖아. 굳이 폭력을 따질거라면, 난 적어도 집단폭행은 안했어. "

" 그러게. 사실 트로그 신도 때문에 실려왔다는 사람은 없었어. 대부분 베오그놈들이 날뛰는거 아닐까? "

" 하기야, 루고누 테러리스트들도 지금은 잠잠하니까..."

" 아무튼. 내 말은 요즘 분위기 안좋으니까 조심하라고. "

상만은 마늘을 불판 위에 쏟으며 계속 말했다.

" 특히나 넌 눈에 확 띄는 직업이잖아. 길거리 청소부들은 무슨 소란인가 싶을 때 슬쩍 사라져도 아무도 눈치 못채지. 그런데 철거업은... "

" 대놓고 뭐든지 때려부수는 일이지. "

" 바로 그거야. 대놓고 소란 피우는 일인데, 어떻게 베오그놈들이 시비를 안걸겠어? 뭐 또 열등한 종족한테 오크들이 지은 건물을 철거할 권리따위 없다고 하겠지. "

" 걔넨 그냥 미친놈들이야. "

" 그 미친놈들도 자기네들이 누굴 족쳐야 이슈가 되는지를 알고 있으니까 문제지. "

" 허, 생각해보니까 그렇겠구나. "

노광은 다시 한 잔을 들이키고, 곱창을 몇 점 집어가 곱씹으면서 중얼거렸다.

" 시발, 생각할수록 좆같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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